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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대표 자연명소 3곳 (아르덴 숲, 오트 팡 국립공원, 디낭트 메즈강)

by 자두언니의 여행정보통 2025. 10. 27.

 

벨기에 대표 자연명소 관련 이미지

벨기에는 유럽의 중심이자 예술과 건축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조용한 자연의 미학’을 간직한 나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나라는 작지만, 바다·강·숲·언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화려한 브뤼셀과 브뤼헤의 도시 풍경 이면에는,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숲과 고요한 시냇물, 그리고 고성(古城)이 반영된 호수가 숨어 있습니다. 벨기에의 자연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유럽의 평화로움’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벨기에의 대표 자연명소 세 곳 — 아르덴 숲(Ardennes Forest), 오트 팡 국립공원(Hautes Fagnes-Eifel National Park), 디낭트 메즈강(Meuse River in Dinant) — 을 중심으로 벨기에가 가진 자연의 깊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르덴 숲 – 유럽의 허파라 불리는 깊고 고요한 숲

벨기에 남동부에 자리한 아르덴 숲(Ardennes)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삼림지대 중 하나로,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국경까지 이어집니다. 면적은 약 11,000㎢에 달하며, 벨기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광활합니다. 짙은 삼나무와 전나무 숲, 완만한 구릉과 계곡이 어우러져 있으며, 그 안에는 작은 마을과 중세 성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평화롭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아르덴 숲의 가장 큰 매력은 ‘고요함’입니다. 새벽이면 짙은 안개가 숲 사이를 흐르고, 멀리서 사슴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의 발소리가 사라지면 오직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남습니다.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을 즐기는 여행객들에게 아르덴은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 수백 개의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그중 ‘라 로슈 앙 아르덴(La Roche-en-Ardenne)’ 지역은 특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계곡 위에 자리한 고성과 절벽 아래를 흐르는 우르트강(Ourthe River)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풍경입니다.

겨울철에는 눈이 쌓인 숲이 동화 속 풍경을 만들어내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은 숲길을 따라 캠핑과 카약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벨기에의 폐(肺)’라 부르며,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산책을 즐깁니다. 아르덴 숲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쉼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장소입니다.

오트 팡 국립공원 – 벨기에의 하늘과 맞닿은 고원지대

벨기에 동부, 독일 국경과 맞닿은 지역에 자리한 오트 팡 국립공원(Hautes Fagnes-Eifel National Park)은 벨기에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입니다. 평균 해발 600~700m에 이르는 이곳은 습지, 늪, 초원, 숲이 공존하는 독특한 생태계로 유명합니다. 벨기에의 기후는 온화한 편이지만, 이 지역은 특이하게도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와 스노슈잉 명소로도 사랑받습니다.

오트 팡의 가장 큰 특징은 ‘유럽 최대의 이탄습지(Bog)’입니다. 이곳은 수천 년 동안 쌓인 이탄(peat)으로 인해 자연적인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탐방객들은 나무로 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발 아래의 습지와 풀꽃, 이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나고, 가을이면 붉은 색과 황금빛이 뒤섞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겨울에는 이탄 위로 눈이 덮이며, 마치 하얀 사막처럼 변합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풍경 덕분에 이곳은 사진작가들과 생태학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공원 중심에는 ‘바라크 미셸( Baraque Michel )’ 전망대가 있으며, 이곳은 벨기에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요한 평원 위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 들리는 소리는 오직 자연의 숨소리뿐입니다. 오트 팡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순수한 자연의 세계이며, ‘벨기에의 마지막 야생’이라 불립니다.

디낭트 메즈강 – 절벽과 강이 만들어낸 낭만적인 풍경

디낭트(Dinant)는 벨기에 남부 왈로니아 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메즈강(Meuse River)을 따라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벨기에에서 가장 그림 같은 자연도시로 꼽히며, 절벽과 강이 만들어낸 풍경이 압도적입니다. 강가에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그 뒤로는 높이 솟은 석회암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도시가 마치 절벽에 매달린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메즈강은 프랑스에서 발원하여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로 흘러가는 유럽의 대표적인 강입니다. 디낭트 구간에서는 강의 물살이 느리고 잔잔해, 거울처럼 하늘과 건물을 비춥니다. 강 위에서는 카약이나 유람선을 타고 절벽 아래를 따라 이동할 수 있으며, 이때 위를 올려다보면 시티델 요새(Citadel of Dinant)가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메즈강의 전경은 벨기에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봄과 여름에는 강가의 테라스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노을을 감상하는 여행객들로 붐빕니다. 가을이면 강가의 단풍이 절벽을 붉게 물들이고, 겨울에는 강가에 얇게 낀 얼음이 반짝입니다. 디낭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예술적 공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벨기에가 가진 ‘잔잔하지만 강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벨기에의 자연은 과장되지 않습니다. 대신 섬세하고, 조용하며, 인간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르덴의 숲은 평화로운 안식처를, 오트 팡의 고원은 순수한 야생을, 디낭트의 강은 낭만적인 여유를 보여줍니다. 이 세 풍경은 벨기에가 단순히 유럽의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나라’임을 증명합니다. 벨기에의 자연을 걷는다는 것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진정한 쉼을 배우는 일입니다.